바이러스가 앞당긴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은 언제 가장 많이 일어날까. 전쟁이나 전염병이 발발했을 때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변용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총 동원해 신기술을 개발한다. 전쟁이 낳은 발명품 몇 개를 살펴보면 가히 놀랄 만한 것들이 많다.

 


최초의 볼펜
은 세계 1차 대전 중 탄생했다. 헝가리 신문기자가 빠르게 상황을 전달해야 하는데 잉크를 채워 넣어야 하는 만년필에 불편함을 느낀 것. 그래서 고안한 것이 펜 끝에 작은 구슬을 단 둥근 볼펜이다.

생각보다 오래 전 탄생한 발명품도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바야흐로 1960년대 미국 전쟁 중, 통신시스템이 파괴될 경우 대체수단이 필요했다. 이에 컴퓨터 2대를 연결한 ARPANET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군사 목적으로 만든 최초의 인터넷이다. 자료의 전송량이 늘어나면서 아르파넷은 2개로 나뉘고 비군사 목적용으로 만든 네트웍이 오늘날의 인터넷이 된다.

자, 전염병 시기를 들여다보자. 인류는 끊임없이 바이러스 공격을 받으며 사투를 벌여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의 변곡점엔 전염병이 있었다. 가장 악명 높았던 페스트. 중세사회 봉건제도 몰락을 촉진시킨 주범이다. 페스트로 인한 사망이 속출하자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졌고 임금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농노들은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영주의 지배력이 약해지자 중세 농노제는 해체됐다.

전염병은 21C에도 이어진다. 중국 시가총액 1위인 알리바바는 매년 5월 10일을 ‘알리의 날’로 정해 대대적인 행사를 연다. 바로 ‘사스’ 때문에 생긴 기념일이다. 당시 벤처기업 신분이었던 알리바바에 위기가 닥쳤으니, 직원 한 명이 사스에 감염돼 마윈 회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던 시기, 알리바바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기존 B2B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언택트 거래가 가능한 C2C로 사업을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역사가 증명해 보이듯, 인류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면으로 부딪치며 진보해왔다. 그 중심엔 기술이 있었고 과학이 있었다. 그리고 2020년, 인간은 또다시 위기 극복 능력을 평가 받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전 세계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습격이다.

바이러스로 촉발된 기술 혁신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3번째 펜데믹으로 기록된다. 당연히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한국을 덮쳤으며, 아시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은 먼나라 이웃 보듯(맞는 말이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이 혹독한 겨울을 체계적으로 대응하며 감염확산 속도를 늦추는 동안, 코로나19는 순식간에 미국과 유럽으로 번져 나갔다.

4월 8일 기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이 사망자 1만 명을 넘어섰고 미국은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실리콘밸리는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자동차 기업은 공장 가동을 멈췄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선진국 중의 선진국인 미국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했다. 세계는 그 이유를 안일함과 안전불감증에서 찾았다.

그런데 정부의 움직임과 다르게 연일 업데이트되는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IT 기업이다. 일명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라 불리는 글로벌 테크 공룡들은 정부와 함께, 혹은 그들만의 컨소시엄으로 바이러스 퇴치에 나서고 있다. 당장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NEXT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buildforcovid19 라는 글로벌 온라인 해커톤에 참여했다.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코로나19에 맞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한 끝장 토론이다. MS와 구글은 미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AI 데이터베이스 챌린지를 추진 중이다. 이 또한 바이러스 대응책을 모색하는 도전이다. IBM, 아마존, 구글, MS 등은 각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개방하고 상호 연결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초고속 컴퓨터로 앞으로의 대규모 감염병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불청객 코로나19는 이전 사스나 메르스와는 조금 다르다. 기술이 인류를 앞설 거라는 2020년에 발발하면서, 세계 각국은 바이러스의 원인과 진단,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책을 테크 기술에서 찾고 있다. 지금껏 진행돼 오던 4차 산업의 혁신적 기술들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이유다. 대중 또한 먼 미래 얘기로만 생각했던 신기술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