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래시는 지속될 것인가

‘빅 테크가 없는 일상이란! 아마 앞으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빅 테크에 위기이자 엄청난 기회가 되었다.

* 빅 테크: 글로벌 거대 IT 기업으로, 일명 가팜 GAFAM(Google, Amazon, Facebook, Apple, Microsoft)으로 불린다.

이미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숙한 것이지 아날로그 세대에겐 일부일 뿐이었다. 그러나 특정 세대에서 누리던 디지털 혁신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세계 일상으로 번져 나갔다. 위기의 상황이 오자, 빅 테크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대처했다.

반 페이스북을 외치던 페친들이 (어쩔 수 없이) 서로 안부를 묻기 위해 ‘come back 페북’ 하는가 하면, 문닫은 오프라인 콘서트와 영화들이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혁신성을 강조하는 일부 IT 기업에서나 자연스러울 법한 재택근무나 화상채팅 등이 일상에 빠르게 안착했다.

없어선 안될 고마운 존재로 급부상한 빅 테크. 그런데 이들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호남형이었을까! 오히려 그 반대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거친 공격 받으며 혼쭐나고 있었다. 바로 테크래시 현상이다.


성장엔 대가가 따른다.

테크래시는 기술(Tech)과 역풍(backlash)의 합성어로, 번창하는 IT 기업들의 과도한 영향력을 우려하는 반작용 현상이다. 우리 일상이 좀 더 편해지는 대신, 개인 데이터가 나도 모르게 활용되고 있으며,  정보 격차로 인한 불균등 심화, 실리콘밸리의 집값 폭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대두됐다.

특히 테크래시를 촉발한 현상 중 가장 큰 요인은 집값 폭등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IT 기업들이 자고 나라, 혁신의 아이콘이 된 실리콘밸리. 이곳 기업들이 임직원에 고액 연봉을 지급하면서 지역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민들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지역을 떠나거나 노숙자 신세로 전락. 그렇지 않더라도 소득 격차가 벌어져 주민들의 삶은 갈수록 궁핍해져 갔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실리콘밸리 도로를 점거하고 통근버스를 공격하는 등 시위가 이어졌고,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것은 니것이 아니야.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기업의 도덕적 해이 역시 테크래시를 일으켰다. 대표 주자는 페이스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청문회 현장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마크 주크버거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시발점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 사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정치 컨설팅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 수천 만건을 수집해 트럼프 공화당 후보 측에 제공했다. 해당 사건은 CA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알려졌으며, ‘18년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관리 소홀’에 대한 벌금으로 50억 달러를 부과했다.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같은 해 10월, 페북 3천만 여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으며, 뒤이어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등 파트너사들에게 가입자 정보를 공유한 정책이 문제화 됐다. 페북은 2010년부터 150여개의 기업들에 가입자 정보를 공유해왔던 것이다.

이들이 맺은 계약서가 무엇인고 하니, 페이스북과 파트너사 양쪽 모두 이익을 보게끔 설계된 것. 파트너사들은 페이스북 가입자 정보를 활용해 자사제품을 홍보하고 페이스북은 파트너사들에 광고 수익을 거둬들여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 자금을 투입했던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섭섭하다. ‘19년에는 수억명의 개인정보가 내부서버에 수년 간 공개됐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렇게 꽤 오래 전부터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청문회에서 세계적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물은 페이스북. 추가적으로 마크 저커버그는 직접 고객 사생활 보호 준수 여부를 보고하도록 하는 합의안이 승인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강력한 펀치를 날린 곳은 유럽도 있다. EU는 ‘18년 5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 중. 이는 사업장이 EU 내에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EU 국민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EU 국민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기업이라면 국가를 불문하고 법률 적용 대상이 되는 법이다. 페이스북은 8천 700만 명의 회원정보 유출 사건으로 해당 법에 위촉, 영국 정보위원회로부터 50만 파운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나라 안팎으로 탈탈 털린 페이스북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CES2020’에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발표했다. 연이은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신뢰도가 바닥을 쳐 이를 만회하겠다는 행보다.

갑질 반대

조선일보

글로벌 공통 극혐 요인 중 하나가 ‘갑질’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2019년 미국 정부의 반독점 칼날 앞에 섰다. 미국은 기업들이 담합하거나 기타 제휴 등을 통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해 경쟁을 저하시키는 경우 반독점법을 적용한다. 이번 수사는 미 정부가 90년대 말 MS의 독점 혐의를 조사한 이후 20년 만으로, 거대 기업들 대상으로 하는 건 이례적이다. 일명 GAFA는 시장 점유율이 이미 독점수준으로 높은 것은 둘째치고, 궁극적 원인은 들끓는 여론때문이다.

불을 지핀 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이슈로, 이 과정에서 시민과 유권자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가진 문제점과 엄청난 파워를 인식하게 됐다. 물론 실질적으로 법을 움직이는 곳은 정치권이므로, 빅 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정치적 로비에 기록적인 비용을 투입해 왔다. 2018년 기준으로 구글 2100만, 페이스북 1300만, 아마존 370만 달러.

그러나 로비로 통하던 호시절은 기업들에 우호적이던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2016년 대선에서 페북이 러시아 선거개입에 이용된 것이 드러나면서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구글과 페북은 반성 차원에서 가짜뉴스 억제 및 콘텐츠 심사 강화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때 타격을 받은 것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계정에서 나온 음모론 관련 콘텐츠, 이때부터 트럼프 눈밖에 나기 시작했다. 현재 대통령 심기를 건들였으니, 반독점법 강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이다.

특히 구글이 가장 아프게 맞았다. EU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벌써 3번째다. 구체적 혐의는 구글이 애드센스 광고서비스를 이용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지배적 역할을 남용한 것.

아마존 대상으로는 플랫폼 사업자이자 유통사업자의 이중지위 남용 여부를 공식 조사 중이다. 아마존이 입점된 판매업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악용해 경쟁 우위를 점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애플은 어떤가. 프랑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프랑스 독립 소매업체들의 정상적 가격 경쟁을 방해했다고 판단, 11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축 처진 빅 테크 어깨, 코로나19가 일으키나.

이와 같은 법적 제재의 근간은 ‘데이터’에 있다. 매일 구글링을 하고 SNS을 통해 내 가치와 사상을 드러내기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가진 전세계 데이터의 파워는 권력이 된다. 이를 개인 자산처럼 보호하거나 한 기업만의 독점으로 누리지 말아야 한다는 태크래시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빅 테크의 하락한 이미지를 점점 곱게 펴주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로 원투 펀치를 맞아온 페이스북이 가장 큰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된다. 사회적거리두기, 감염예방을 위한 위치추적 등을 위해 오히려 데이터를 오픈하고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게 된 것이다.

가짜뉴스 범람으로 책임론 압박을 받아왔던 페북과 구글, MS, 트위터 등은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에 공동 대응하기로 성명을 냈다. 이 참에 좋은 일 해서 그동안 쌓인 부정적 인식을 날려버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종식되면, 잠시 멈췄던 죄질 심사는 재개될 것이다. 물론 이들이 3개월 간 보여준 사회적 활동과 IT 기술의 성장은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