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스타트업 품는 이유

애플의 별명은 쇼핑왕이다. 닥치는대로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때문이다. CEO 팀 쿡은 지난 해 한 인터뷰에서 2~3주마다 회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6개월 동안 품에 안은 회사가 20~25개. 한달에 4개 꼴로 인수한 셈이다.

애플이 M&A에 공격적인 이유. 영원한 1등은 없고, ‘더 이상 새로울 게 있나’ 할 정도로 스마트폰의 한계에 봉착,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기술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인수합병은 최선책이다. 그래서 애플의 인수 행보를 보면 향후 IT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이 무엇이며, 애플이 만들어내려는 산업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애플의 쇼핑 목록

머신러닝 기반의 기상정보 앱 스타트업 ‘다크스카이’. 10~20분 뒤의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애플 기기의 날씨 예보 기능을 강화해 줄 것으로 보인다.

자연어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한 영국 회사 ‘보이시스’. 애플의 AI 솔루션 ‘시리’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전망. VR에서 스포츠 중계를 이어주는 회사 ‘넥스트VR’.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활용 가능한 VR 서비스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 또한 미래 먹거리로 집중 중인 AR 분야에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팬데믹 시대에도 애플의 쇼핑은 NEVER STOP. 대표적인 곳이 MS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엑스노.ai다. 소형 기기에서도 작동하는 AI를 개발한 곳인데 애플은 인수를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 AI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튜이오 헬스(Tueo Health)는 부모가 수면 중인 아이의 천식 증상을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회사다. 애플은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에 건강 기능을 계속 추가해왔다. 애플워치4는 심초음파 검사가 가능하고 관련 수치 변동을 감지한다. 튜이오 헬스를 통해 스마트 헬스산업을 더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페북이 빠지면 섭하지

인수하면 페이스북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독립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도 페북의 ‘12년과 ‘14년 인수 결과물이다. 더 나아가, 페북은 인스타와 왓츠앱을 3위일체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각국에서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EU는 메신저 독점이라고 경고하고 미 정부는 이미 ‘빅4’ IT 기업에 대한 반 독점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그래도 저커버그의 고집은 꽤 쎄다. 앞으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왓츠앱’처럼 다소 부담스러운 브랜딩을 하겠다는 포부다. 이미 소셜네트워크로 시작한 페북의 메신저 앱 통합은 자연스러우나, 다소 어색한 시도도 있었다. 바로 VR 산업이다.


게임에 빠진 페북

2014년 페이스북은 가장 유망한 VR기기 제작사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만해도 VR에 손 뻗는 페북의 행보에 다들 의아해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VR 기술의 유망성을 강조하며 더 적극적으로 인수행진을 이어나갔다.

지난해 가상현실 게임회사 비트게임즈를 인수한데 이어 또 다른 VR 게임제작사 산자루게임사를 인수, VR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증강현실(AR) 을 겨냥한 시각적 위치 확인 서비스 개발 스타트업 스케이프테크놀로지스도 품에 안았다.  

다소 우려와 함께 시작된 VR 게임 투자가 코로나19로 빛을 보고 있다. 언택트 사회로 제조업과 대면 서비스업이 저조한 반면, 집에서 가능한 게임 등의 산업이 호황을 맞게 된 것. 페북이 집중하는 분야는 게임 스트리밍이다. 4월 20일에 안드로이드용 페이스북 게이밍 앱을 출시했다. 남들이 게임하는 걸 보거나 내 게임을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단순히 게임 놀이가 아니라 이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엔터테인먼트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이전에도 게임 스트리밍 시도는 있어 왔으나, 지지부진하다 지금 시류와 맞물려 파이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빅 테크가 스타트업 안는 이유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거리지만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인수전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빅 테크는 쌓아놓은 현금이 많고, 경영이 어려운 스타트업은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빅 테크들은 적은 돈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작년 말 기준 각각 300조원, 67조7천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실리콘밸리에서 이렇게 M&A가 활발한 이유, 그리고 그 이점은 무엇일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구조는 대개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다. 스타트업이 상장까지 평균 12년이 소요되는데 상장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금 회수율이 높지도 않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해 스타트업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 대기업은 핵심 기술을 인수하게 된다. 어찌보면 윈윈 시스템. 물론 단점도 있으나 사업에 플러스 마이너스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