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좁다 선포한 영국


영국 정부가 위성 운용 기업 ‘원웹(OneWeb)’을 10억 달러에 낙찰 받았다. 인도 대형 통신기업과 손잡고 컨소시엄에 5억 달러를 투자, 원웹 지분 45%를 인수하게 됐다.

 

 우선, 원웹은 어떤 곳인가.

한 때 스페이스X와 위성 인터넷망 구축 경쟁을 벌였으나, 자금 조달에 실패해 파산한 기업이다. 2012년 창립, 스페이스X와 아마존 ‘프로젝트 카이퍼’보다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총 648대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하는 사업으로 시작, ’21년까지 냉장고 무게만한 위성을 1200km 상공에 올려 북극 지역까지 아우르는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74대를 배치, 나머지 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적어도 30억 달러 이상이 필요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모으던 찰나,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철회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 3월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

이 순간 구원의 손길을 뻗친 곳이 영국이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유럽판 GPS인 *갈릴레오(위성항법 시스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일반 신호는 무료 이용이 가능하나 정부나 군이 이용하는 보안 신호에는 접근이 차단 된 것이다.

*갈릴레오: 흔히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 알고 있는,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것이 위성항법 시스템이다. GPS는 미 국방성이 운영하는 시스템이고 유럽에서 민간 주체로 만든 위성측위 시스템이 갈릴레오다. 미국 GPS에 대한 의존도를 끊어보자며 1999년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착수했고 2005년에 첫 시험 위성을 발사했다.

꽤나 다급했던 듯하다. 영국 정부는 원래 민간기업에 지분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산까지 갔던 기업을 국민 세금으로 도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우주 3파전

어찌됐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각축전을 벌이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스타링크’와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에 이어, 영국의 ‘원웹’이 우주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원조 원웹이 주춤하는 사이, 스타링크와 카이퍼가 어떻게 아웅다웅해왔을까.

이들의 목표는 위성 인터넷망으로 사막에 가도, 오지에 가도, 바다에 가도 어디서든 초고속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럼 펼쳐지게 되는 세상이,

검열과 인프라 등에 막혔던 그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 지식 경제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정보 접근권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치적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비즈니스 영역에 제한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랑해요 초고속’을 외치는 곳이지만, 해외만 나가도 굉장히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속 터지기 일쑤다. 이제 빵빵해진 인터넷으로 ‘여기 잘 안 터져서요…’란 핑계는 댈 수 없게 됐다. 모래 속에서도, 유람선에 둥둥 떠있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둘이 추진하는 우주산업의 근본은,
아마존은 “지구의 중공업을 우주로 옮기고, 지구는 주거와 경공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vs.
스페이스X는 “아예 화성으로 이주해 인류의 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관점을 달리했다.
그러나 공통점은 ‘재사용 가능한 로켓‘ 개발에 있다.

1승은 베조스에 갔다.  블루 오리진이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100㎞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수직 착륙에 성공한 것. 그러나 뒤처질 머스크가 아니다. ‘200km 이상은 가야지~’ 하면서 바로 다음 달에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이 두 기업의 엎치락뒤치락 경쟁으로 일명,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는데, 기존 정부 주도의 우주산업이 민간기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감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점점 둘은 앙숙으로 변하는데 시발점은 2013년에 일어났다. NASA가 안 쓰게 된 로켓 발사대 39A를 장기 임대할 계약자로 스페이스X를 선정, 이에 블루오리진이 부당하다며 정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다 못한 스페이스X가 ‘필요한 시기에는 다른 기업에도 공유할게’라며 일단락됐다.

바로 2차전이 일어났다. 재사용 가능한 로켓 제작 기술 특허를 둘러싼 공방이다. 블루오리진이 낸 특허가 인정받자 스페이스X가 무효화 해달라고 소송을 걸었고, 결국 법원은 15개 중의 13개를 철회하여 일론 머스크를 웃게 했다.

끝날 줄 알았….다면 오산. 2015년 조금 약한 3차전이 벌어지는데, 블루오리진이 민간기업 최초로 재사용 로켓 발사에 성공했고, 곧바로 스페이스X도 이를 성공하자, 베조스가 “착륙 클럽 가입을 환영한다”고 트윗했다. 우리보다 한발 늦었네~란 의미로 비꼰 것이다.

이제 여기에 영국까지 꼈으니 인공위성 산업에 시너지가 생기면서도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원웹은 그동안 구축해 온 기술과 인재가 풍부하다는 분석이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총 648기의 위성 발사 허가까지 받은 곳이다. 이는 굉장히 까다로운 것으로, 아마존도 신청했으나 아직 못 받았다. *이번 원웹 입찰에 아마존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전쟁도 좋은데

그런데 이런 우주전쟁으로 피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천문학자들이다. 위성 숫자가 급증해 망원경으로 더 이상 천문관측하기가 힘들다는 것. 스페이스X도 위성을 처음 설계할 때 밝기 문제를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천문학 그룹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위성 발사 시 관측 시간을 피하거나 위성 반사율을 낮추는 코팅 실험 등이다. 3파전이 됐으니 더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