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QR코드

특수기호나 상형문자 같기도 한 마크의 이름은 QR코드. ‘Quick Response’의 약자로 활용성이나 정보성 면에서 기존의 바코드보다 한층 진화한 코드 체계다.

스쳐 지나갈 것 같았던 QR코드가 뜻밖에 일상 깊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노래방과 클럽 등 감염병 전파 위험이 높은 고위험시설에서는 방명록을 작성해야 했다. 그러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수기로 적는 방명록은 허위 기재도 많을뿐더러,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일일이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다.

 

왜 QR코드일까

방역당국이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고위험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시설을 이용할 때 이용자가 직접 성명과 전화번호를 기입하는 수기 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했으나, 허위로 출입명부를 작성한 이들이 많아 접촉자를 찾기 위한 역학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신분증을 확인하고 수기로 개인 정보를 작성하는 경우 개인 정보가 업주나 같은 공간을 방문한 타인에게 쉽게 공개될 위험이 있어 개인 정보 침해 우려가 컸다. 볼펜과 장부 등을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면서 교차 오염의 위험도 불거졌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안전하게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자 도입한 시스템이 바로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다.

 

코로나19가 가져온 QR코드의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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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의 활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고위험시설 출입자들은 휴대전화로 일회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시설 관리자에게 제시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QR코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네이버 아이디가 필요하다.

네이버 앱을 켠 후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는 페이지에 접속, 개인정보제공 동의 후 휴대전화 번호 인증까지 마쳐야 비로소 QR코드가 뜬다. 이후 시설 관리자가 QR코드를 인식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선정된 이유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역학조사 등을 위해 IT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한 후 서울, 인천, 대전 16개 시설을 대상으로 해당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네이버는 이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서비스 안정성과 보안 등을 점검했다.

 

 

정부와 네이버는 더 나아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앱 전자출입명부 QR코드와 출입기록은 암호화한 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과 분산 저장된다. 역학조사가 필요할 때만 방역당국이 두 정보를 합쳐 이용자를 식별하며, 불필요한 경우 사용자 개인정보는 4주 후 자동 폐기된다.

사회보장정보원은 QR코드와 방문 기록만 가지고, QR코드 발급 업체는 개인 정보와 QR코드만 갖게 된다. 따라서 각 기관이 가진 정보만으로는 누가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이 있을 때만 QR코드 제공 업체와 사회보장정보원이 가진 각각의 정보를 결합하여 누가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QR코드는 시기상조인가?

정부와 기업의 협력에도 불구하고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이 네이버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QR코드 발급을 위해서는 네이버 애플리케이션과 아이디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네이버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 하고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아예 없는 사람이 나오면 한 사람이 입장하는 데에만 10분 이상이 걸리는 통에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는 업주는 별도의 장비 대신 사용 중인 스마트폰이나 와이파이가 연결된 공기계를 사용해 QR코드를 스캔할 수 있지만, 이를 아는 업주가 많지 않아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문제점에 따라 추가적인 플랫폼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카카오도 고려했으나 결국 이번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페이 앱을 통한 QR코드 적용을 제안했으나 정부가 카카오톡을 활용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프라이버시 기준이 높다. 실제로 카톡 이용자 대화와 각종 기록 등은 서버에 2~3일 동안만 저장되는데 정부에 이용자 출입 기록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저장 기한을 넘겨야 한다. 따라서 고객 정보를 단기간만 보관하는 카카오의 ‘내부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과 정부의 의견이 어긋나면서 전자출입명부용 QR코드의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견해다. 한편 이동통신 3사의 본인인증 앱인 ‘패스(PASS)’도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인터넷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각자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지인들과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이제는 외출 시 이동 경로까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기록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산업계 전반을 흔들며 역설적으로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의 각광을 받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플랫폼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