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규정까지 바꾼 OTT 산업

올 상반기 야심차게 개봉을 준비한 영화들이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코로나19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 것. 미국 극장 체인 AMC는 1000개가 넘는 지점 영업을 무기한 중단하고 2만6000명이 넘는 직원이 휴직하거나 해고됐다.

국내 박스오피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월 전체 관객 수는 18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87.5% 감소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 큰 기대를 낳았던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로 개봉관을 옮겼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오픈일을 미루며 우여곡적 끝에 개봉하긴 했으나, TV 속 영화 소개 코너에서 더 자주 보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전례 없는 온라인 개봉을 염두에 두는 영화들이 늘어나게 됐다.


극장 대신 방구석 영화관?

실제로 드림웍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가 상업 영화로는 최초로 극장과 VOD를 통해 동시 개봉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온•오프라인 동시 출시는 이례적이다. 앞서 언급한 ‘사냥의 시간’이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각종 영상 제공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개봉한 것과 같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새로운 개봉 방식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OTT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명 ‘방구석 영화관’이라 불리는 OTT 시장은 팬데믹 시대의 수혜자가 된 셈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넷플릭스, 현재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4월 16일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1873억 달러(약 229조 8000억 원)를 기록하며 디즈니(1866억 달러)를 넘어섰다. 1분기 매출액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도 크게 늘어 1분기에만 1600만 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 총 1억 80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기록했다. 왓챠도 코로나19 이후 두 달 사이 시청 시간이 51.3% 증가했다.


OTT 업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

‘위기를 기회로’! OTT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나섰다.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하며 ‘집콕족’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국가별 상위 10위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며 긍정적인 소비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프라임’ 회원 대상으로 어린이용 콘텐츠를 무료 개방했다. 여기엔 아마존과 파트너사의 어린이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다수 포함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힘들어진 어린이와 부모의 수요를 반영한 것. 아마존은 앞으로도 무료 제공 콘텐츠의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국내 OTT 업체인 왓챠플레이는 지난 3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해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대상으로 완치 또는 격리해제 시까지 영상 콘텐츠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다. 모든 이용자에게는 왓챠플레이 3일 무료  이용권을 배포하기도 했다. 또한 자사의 추천 기술을 이용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개인별 추천해주는 ‘왓플릭스’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왓플릭스 웹 페이지 또는 왓챠 앱의 왓플릭스 페이지에 접속해 최소 10개 이상의 콘텐츠에 별점을 매기면, 이를 분석해 취향에 딱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포스트 코로나, OTT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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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영화제를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내년 2월 열리는 제93회 영화제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개봉한 상영작 출품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온라인 개봉작의 출품 선례는 있었으나,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통해 ‘엘에이(LA) 지역 상업극장에서 7일 이상 상영한다’는 규정을 지켜야만 했다. 그러나 이례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극장 상영이 없어도 출품이 가능하도록 바뀐 것. 이는 OTT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며, 앞으로 영화예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아직, 나아갈 길은 멀다. 넷플릭스는 최근 원격 회의와 영상 수업, 그리고 OTT 시청 시간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유럽 내 인터넷 장애를 막기 위해 스트리밍 품질을 낮춰 저해상도로 영화와 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촬영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작하는 OTT 업체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세계 경제가 불황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 구매력이 줄어들게 되면 OTT 업계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특수를 마냥 즐기기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 나갈 것인지에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