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RM 인수전 쉽게 정리


지금 실리콘밸리는 인수 이슈가 한창인데, 이제까지 시끄럽던 틱톡 인수전을 한 방에 누른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반도체 세계에서 말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는 올해 위워크나 우버 등 자신이 투자했던 스타트업이 거의 기울기 직전까지 가게 되자 굉장한 마이너스 손해를 봤다. 이를 메꾸기 위해 갖고 있던 물건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ARM이다.

ARM~웨이, 아니죠. ARM~도체죠.

쏘뱅이 2016년 지분 100%로 인수한 ARM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다. 반도체 업계는 설계-주문-생산의 생태계로 돌아가는데, 설계는 머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반도체 하니, 미국 vs. 화웨이 얘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 지금 한창 트럼프는 화웨이 죽이기에 몰입하고 있는데 쟁점은 ‘화웨이에 반도체 주지마’이다. 5G,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화웨이에게 반도체는 생명과 같은데, 아직 중국은 반도체 제작 기술이 미미해 해외 파트너들과 손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1) 미국에서 만든 반도체 안 줄거야, 2) 미국 기술 사용한 각국의 어떤 기업도 화웨이에 반도체 못줘. 라고 초강수를 둔 것. 그러자 중국이 ‘그럼 내부에 있는 반도체 생산업체를 어떻게든 키워보자 으쌰으쌰’해서 SMIC라는 기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었다. 이것이 눈엣가시였던 트럼프는 ‘어랍쑈? 쿵짝쿵짝하시겠다, 그럼 SMIC도 죽여버리지 뭐!’라며, 미국 업체가 SMIC로 제품 보내기 전에 미국 라이선스 받을 것을 명령한 것이다. SMIC는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서 생산하는 곳인데, 바로 이 설계도를 안 주겠다는 의미다.

* 저 2)번째가 9월 15일부터 발효됐고 이제 화웨이는 어디서도 반도체를 살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쌓은 재고로 연명해야 할 판이다. 덩달아 화웨이에 반도체 납품했던 기업들(삼성, SK하이닉스 등)도 거대 고객이 없어졌으니 비상등이 커졌다.

자, 설계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짚어봤다. 다시 돌아가서.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은 영국 기업이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은 사용료를 내고 ARM 설계도를 구매해 쓴다. 즉 오픈 라이선스 정책을 펼치면서 스마트폰 95%, 태블릿PC 85%의 AP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ARM이 없으면? 아이폰, 갤럭시 등 스마트폰 제작이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ARM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덥썩 문 곳이 바로 엔비디아다.

반도체 공룡 되나, 엔비디아

게임 덕후이면서 컴퓨터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익숙한 그 이름. 엔비디아(nVIDIA).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AI에 들어가는 반도체 분야로 세계 1위, GPU 최강자로 불린다. 그런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 달러 주고 샀다. 무엇을 꿈꾸고 ARM을 품었나.

엔비디아의 강점은 GPU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자율주행, IoT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딱 봐도 모바일이 빠져있다. ARM을 품으면 4차산업혁명의 기본적인 기술에 모바일까지 더해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그리고 AI 산업을 강화하겠다는 것. 뿐만 아니다. 오랜 시간 라이벌이었던 인텔을 저~~만치 물리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 라이벌 인텔을 처음으로 꺾고 미 반도체 제조사 시총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는 3억 달러, 인텔은 2천 1백만 달러 가치로, 라이벌치고는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그러나 현재 서버 관련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인텔이 양분하고 있음에도, 시장점유율은 인텔이 90% 이상으로 월등히 높다. 인텔 때려눕히려면 ARM이 있어야 한다. 와이? AWS 등이 ARM을 사용하고 있기에, ARM만 잡으면 구글, MS 등도 파트너로 모실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반대한다.

앞서, 미국이 화웨이 죽이려고 반도체 공급망 다 막아버린다는 얘기를 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이다. ARM은 이제까지 오픈 라이선스로 여기저기 사용료 받고 기술나눔을 했는데 엔비디아가 주인이 된다면 여기저기서 ARM 기술을 이제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ARM의 고객사인 퀄컴, 애플, 삼성 등은 1) 엔비디아가 갑질하면서 ARM 설계도를 혼자만 독식하면 어쩌나, 2) 내놓더라도 엔비디아가 먼저 사용하고 아주 나~중에 우리한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3) 만약 공개해도 라이선스 비용을 대폭 올릴 수 있음에 걱정하고 있다. 그럼 결국 휴대폰 소비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니 엔비디아는 ‘워~워~’를 외치고 있다. “너무 걱정마, 우리 그렇게 나쁜 놈 아니야! 우린 ARM의 오픈 라이선스 정책을 존중해. 없애지 않을테니 걱정 말라고. 그리고 본사도 걍 영국에 남길 것이고 영국에서의 투자도 이어갈거야”

그러나 나라 대 나라의 인수전은 당사자간 협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영국, 미국, 중국, EU 등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완료까지 1년 반이 걸릴 예정. 중국도 껴있다. 미국에 좋은 일을 가만 두고 볼까? 엔비디아가 반도체 거대 공룡이 될지 안될지 앞으로가 더 시끄러워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