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네오는 여전히 가상세계에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현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6년 한 콘퍼런스에서 일론 머스크가 한 말이다.

사실일 수도 망상일 수도 있다. 아무도 정답은 모른다. 매트릭스 네오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가상현실인지 알지 못했다. 파란 약과 빨간 약 시험에 들기 전까지 말이다.

영화 매트릭스 中

머스크가 확신에 차서 한 말은 스웨덴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의 시뮬레이션 가설을 인용한 것이다. 40년 전 흰 지팡이와 사각에서 노는 탁구 게임 퐁 게임과 비교해보면 현대 게임은 현실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영상으로 변모했다. 이제 가상현실 헤드셋을 이용해 이 세계에 들어가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플레이를 할 수 있다. VR/AR이 더 발전하면 곧 게임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잠깐 생각해보면, 고전 영화가 된 백투더퓨처, 터미네이터, 토탈리콜, 매트릭스 등의 소재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각하게 된 것일까. 단순히 공상만화를 많이 본 영화인의 상상력인 걸까? 어쩌면 우리는 원래 가상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부지불식간에 깨달은 찰나가 ‘아이디어’가 되어 영화 소재가 된 것은 아닐까.

매트릭스의 빨간 약과 파란 약 선택 또한 영화에선 2분법적으로 그려졌으나, 과연 둘 중 무엇이 진실이고 가상일까, 빨간 약을 먹고 벗어난 세상 또한 가상의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여전히 인간의 뇌가 조작됨으로써 말이다.

 

 또 다른 가상세계 뉴럴링크

우리는 지금 가상(상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테슬라 외에도 가상 세계 이론을 입증할 법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뉴럴링크(Neuralink)로, ‘뇌-컴퓨터’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머스크가 1억 달러를 투자해 2017년 설립한 뉴럴링크는, 2년간 베일에 싸여있다 2019년 ‘뇌-컴퓨터 연결 프로젝트‘로 첫 공개된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실험 정신이 가장 극대화된 연구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쥐와 원숭이 뇌에 미세한 전자칩을 이식해 컴퓨터 연결에 성공했으며, 오는 8월 28일 사업의 진척 상황을 알려주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예고한 것이다.

 


‘뇌-컴퓨터’ 연결방법은 다음과 같다.

쥐의 두개골을 열고 굉장히 미세한 실 모양의 센서(머리카락 1/4 두께)들을 삽입한다. 이 센서를 통해 무선으로 컴퓨터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센서는 폴리머 소재의 신축성있는 미세한 실 형태이므로 뇌의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삽입된다. 초기엔 두개골을 직접 열었지만, 향후 레이저빔을 쏴 라식수술처럼 간단히 이식하겠다는 목표다.

2020년엔 ‘인간에게 직접 실험해 보겠다’라고 했으니, 정말 그 레벨까지 왔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국 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머스크는 왜 ‘뇌’ 연구를 시작했나.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할 것을 대비해 AI를 능가하는 브레인을 만들겠다는 야심에서다. 윈도우 업뎃하는 것처럼 인간도 주기적으로 뇌를 업뎃하면 적어도 인공지능에 뒤처져 (영화처럼) 인간계가 기계에 의해 점령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의미다.

그는 ’17년 트위터에 이렇게 남긴 적이 있다. “앞으로 전쟁은 국가 원수들이 아닌 AI의 결정으로 인해 시작될 것이다. AI가 선제적인 공격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위험성에 좀 더 치중하고 있기에, 머스크는 인류에 도움을 주는 AI를 위한 비영리 연구기관 ‘오픈AI’도 운영하고 있으며 MS가 여기에 1조원을 투자했다.

물론 뉴럴링크가 인공지능을 잡겠다는 건 거시적인 목표고, 단기적으로는 간질이나 우울증, 척추손상, 중독 등 뇌와 관련된 질병을 고친다는 데에 1차적 목적을 지닌다.

『모든 경험은 결국 뇌 안에서 일어나는 신경세포의 스파이크라는 사실. 뇌에 정보를 심어주는 방법 중 하나가 TMS다. 우울증이 심한 환자에게 TMS로 자극을 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멈추면 다시 우울증 상태로 돌아간다. 이는 뇌를 켜는 것이며, 반대로 말하면 신호만 잘 보내면 뇌를 끌 수도 있다는 뜻이다.』
– <당신의 뇌, 미래의 뇌> 中

즉, 뉴럴링크는 뇌의 특정 신호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촉각이나 시각적 장애, 사지가 마비된 사람들에게는 긍정적 치료제가 될 거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뇌전증과 우울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뇌 삽입형 전극이 첫 제품이 될 것이라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옳은 길일까에 대한 물음

최근 머스크는 이렇게 트위터를 남겼다. “우리가 감지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은 전기신호다. 최초 우주는 렙톤과 쿼크로 이루어진 한 그릇 스프에 불과했다. 자, 이 우주의 작은 조각에 불과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 인지자로 생각하게 됐을까?”

자율주행, 5G, VR/AR,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신기술들이 계속 발전하면 인간계를 완전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사회가 등장할 것이다. 닉 보스트롬 교수는 인간 1명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작은 컴퓨터를 행성 수준으로 모으면 행성 자체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고 가설한다.

아직 인간과 컴퓨터가 육체,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는 상상이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라도, 말을 타다가 자동차가 생겼을 때, 사람없이 운전하는 차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럼 잠시, 이터널 션사인처럼 기억을 지우거나, 토탈 리콜처럼 기억을 심는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을) 상상해보면.

분명 굉장히 비쌀 것이다. 소수의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어 지능을 사고 파는 ‘지능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영화 ‘인타임’에서 시간이 돈이라면, 뉴럴링크 시대엔 지식 데이터가 돈이 되겠지.

인간의 인지가 왜곡되어 ‘진실’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진실 공방, 증거 유무, 이런 것들이 소용이 있을까?

공부가 필요할까? 여행이 필요할까? 사랑이 필요할까?

그런데 이러한 모든 생각도 내가 하는 건지, 누군가 키보드로 조작해 입력하는 건지, 가상 세계 이론에 의하면 점점 확신이 안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