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팔로워 인플루언서 정체

패션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가 뷰티 시장을 흔들며 업계에 새로운 문화를 개척하고 있다. 미켈라는 톱 모델들과 친분을 쌓거나 화보를 촬영하는 SNS 스타다. 2020년 5월 기준 그녀의 인스타그램(@lilmiquela) 팔로워는 237만 명에 달한다.

@lilmiquela

핫한 패션 브랜드들이 그녀를 위해 옷을 스타일링하고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언뜻 보면 셀카 사진 몇 장과 사회적 이슈 관련 활동 몇 가지를 소셜 미디어에 게재하는 것을 즐기는 Z세대 시대정신의 전형인 것처럼 보인다. 신체적으로도 밀레니얼이 선호하는 이상적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파운데이션을 덕지덕지 바르지 않아 주근깨가 살짝 보이는 얼굴, 헤어스타일은 일자로 떨어지는 짧은 앞머리와 양 갈래 올림머리를 자주 한다.

 

모델계의 4차 산업혁명, 릴 미켈라


릴 미켈라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든 가상 인물임을 알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Computer-Generated Imagery)로 만들어진 인공적 창조물이다. 창조자는 ‘브러드(Brud)’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같은 LA 신생 테크 기업. 브러드는 릴 미켈라 외에 로니블라코(Ronnie Blawko), 버뮤다(Bermuda)까지 총 3명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탄생시켰다.

 이 회사의 총괄 책임자 트레버 맥페드리스(Trevor McFedries)는 브러드 사를 창립한 후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미켈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트렌디한 정보와 라이프스타일을 녹여 세심하게 포스팅했다. 그녀가 입은 티셔츠 한 장, 스니커즈 한 켤레, 심지어 이케아 쇼핑백까지 말이다.

릴 미켈라는 CGI로 만든 가상 인물임이 알려진 후에도 여전히 핫한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대중들은 그녀의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 때문에 이질감을 덜 느낀다는 반응이다. 마치 일상 생활에서 촬영한 듯한 사진을 올리며 할리우드 영화나 고급 호텔, 의류 브랜드를 간접 홍보하기도 한다. 음원을 발표하는가 하면 미 정부의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이나 노숙자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도 밝히는 등 진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음악가와 예술가 등 ‘진짜 사람’과 사진을 찍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가수 래프에 관한 것은 뭐든지 좋아하고,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패션쇼가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신세대 뷰티 아이콘으로서 메이크업 튜토리얼 유튜브 채널 개설을 고민 중이라는. 이처럼 누가 봐도 진짜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구체적인 설정값을 가지고 있으니, 디지털 메신저를 통해 그녀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유이다.

 

CGI 디지털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

전문가들은 CGI 인플루언서들이 디지털 마케팅의 매개 변수로 바뀐다고 해도 그들이 진짜 사람인 파워 블로거들을 대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면서도 디지털 인플루언서들과 소셜 미디어의 일반 소비자가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두 번째 삶에 가까운 현실을 만들 것으로 믿고 있다. 실생활과 디지털로 만들어진 이미지 사이의 경계는 앞으로 더욱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한편 CGI를 이용한 광고는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CGI 영향력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 컬럼비아 경영 대학원의 올리비에 토비아 마케팅 교수는 “인플루언서가 실존하는 인물이 맞는지, 게시물이 유료 계약의 일부인지에 대한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반론한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CGI 인플루언서는 꽤 매력적인 모델이다. 개인 기록이나 범죄 기록, 개인 정보 문제가 없어 이미지와 평판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

@nicolasghesquiere

브랜드와 CGI 모델의 콜라보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베이징에서 열린 버버리 쇼에는 홀로그램 영국 모델들이 등장했고, 루이비통은 2013년 일본의 가상 아이돌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가상 투어 의상을 디자인한 데 이어 2016년 비디오 게임 ‘파이널 판타지 13’의 주인공 라이트닝을 광고 모델로 세워 화제를 모았다.

 

아주 많이 거슬러 올라가면,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전설의 사이버 가수 아담이 1997년 등장해 신선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아담은 원빈을 닮은 외모로 주목받으며 1집 음반이 20만장이나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고 각종 CF 광고도 찍었다. 아담 캐릭터가 문구, 신발 등에도 활용되면서 활동 3개월 만에 5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이 부족하여 몇 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되어 결국 조용히 사라졌다는.

천지개벽할 정도로 달라진 현재,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에 깊이 침투했다.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국내 대형 포털이 인공지능 관련 앱을 개발하는가 하면, 운전 중에도 인공지능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게 되면서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릴 미켈라에게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릴 미켈라를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영화 <Her(2019)>처럼 인간과 인공지능이 감정을 공유하고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뷰티업계나 브랜드 광고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일상생활에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