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수에 쌍심지부터 켜는 이유


* 독과점: 어떤 상품의 공급에 있어 경쟁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인 독점(또는 한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50%이상 차지하는 경우), 경쟁자가 있기는 하나 소수인 경우의 과점(또는 셋 이하의 회사가 시장 점유율의 75%를 차지하는 경우), 이 둘을 합친 용어.

경쟁이 없다면 독과점 기업의 의도적인 폭리 추구로 시장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독과점 기업으로 화살을 맞고 있는 곳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다. 일명, 갓팜 (Google, Amazon, Facebook, Apple, MS)으로, 시장 전체를 휘어잡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몰매 맞는 이유

1. 페이스북은 2012년에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2년 뒤, 페북 메신저의 경쟁자인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나를 뛰어넘거나 위협하는 경쟁자는 모조리 사들여 잠재적 경쟁자를 무력화시키는 수법을 쓴다.

2. 돈을 벌었으면 세금 내는 것이 마땅하거늘,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고서도 ‘디지털은 국경이 없는 거잖아’라며, 법 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매출을 돌리는 조세 회피 수법을 쓴다.

3. 망을 사용했으면 이용료 내는 것이 마땅하거늘, 인터넷망에서 넷플릭스 등의 사용 트래픽이 급증했음에도 ‘인터넷망 사용료를 추가로 내지 않겠다’고 뻐팅기고 있는 상황이다.

4. 일명 갑질로,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자사 사이트에 올려진 타사제품 데이터를 활용해 유사한 제품을 만들거나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경향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미국은 작년부터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독과점’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했다. 연방정부와 의회, 주 검찰 등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조사를 시작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CEO가 7월 하반기에 미국 의회에 출두, 테크 기업의 영업 행태에 대해 증언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보다 더 독하게 빅테크 기업들과 싸우는 곳이 EU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0년부터 구글의 독과점 문제를 파헤친 EU는 7년 만에 구글에 첫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18년, ’19년 연이어 과징금을 추가했다. 시장 지배력 남용, 온라인 광고 시장의 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이유로 말이다.

2020년, EU와 구글이 다시 맞붙었다. 구글은 작년 11월에 Fitbit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빅 기업이 스타트업 등을 인수할 때 통상적으로 규제가 들어가는데, 독점이냐 시장을 파괴하느냐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시장의 건전성을 확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손’이다. 이번에 EU가 문제 삼은 것은 바로 핏빗의 방대한 데이터가 그대로 구글에 넘어가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독점’ 이슈에 있다.

구글은 데이터와 광고에 엄청나게 투자하는 기업이다. 핏빗을 인수하면 구글은 하루 걷는 보행수, 심장맥박, 수면의 질 등 건강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온라인 광고 및 검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혹이다.

7월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유럽, 중남미의 20개 압력단체가 ‘규제 당국이 개인정보 보호와 독과점 차원에서 면밀하게 심사해야 한다에 서명했다. 성명서에는 “기업 인수합병 심사에서 ‘이용자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매우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 규제 당국은 구글이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구글은 왜 핏빗을 인수하려는 것일까.

FITBIT

Fitbit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회사다. 앱과 연동해 운동량, 소모 열량, 일부 건강 상태는 물론 수면 상태의 퀄리티까지 체크한다. 웨어러블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인 2007년에 설립, 2015년 IPO에 성공했다. 이듬해 저가의 피트니스 밴드에 주력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에 애플과 샤오미에 밀려 3위로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6% 감소했다. 주가 역시 IPO 이후 70% 이상 떨어져 회복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있는 강점이 바로 소비자 데이터다. 표면적으론 웨어러블 피트니스 제품이지만, 사실 소비자의 헬스 데이터-그것도 아주 디테일한- 기업임을 안다면 구글의 인수 속내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 세계 2,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일 핏빗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의 사생활이나 개인 데이터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조한다. 일부 손목밴드 추적기는 혈액 산소 측정 기능을 갖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사용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핏빗은 심방세동 같은 의학적 문제를 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규모 옵트인 연구를 시작했다. 즉, 핏빗은 눈앞의 이익(피트니스 추적 센서만 강조)보다는 더 나아가 의료 센서 기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고객 데이터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들의 자산은 곧 데이터가 될 것이며, 지속적으로 하드웨어 업데이트 등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이 핏빗의 장래성을 높게 샀다는 분석이다.

ABI research가 발행한 ‘웨어러블 및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 점유율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이 전년 대비 5% 증가할 전망이다. ABI research는  2021년에는 2억 8900만 개, 2022년에는 3억 2900만 개가 출하되리라 예측했다.

증가폭이 예년보다 높진 않지만, 웨어러블 시장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핏빗도 그렇고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하는 애플워치 등 IT 기업들의 선전이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