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없는 이커머스 전쟁

빠르게 발전한 정보기술과 달라진 소비 패턴으로, 유통시장이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는 국내 유통업의 탈(脫) 오프라인을 앞당기며 이커머스가 소비 채널의 주류로 우뚝 성장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2000년 태동한 이커머스 시장은 20년 만에 국내 소비시장에 완벽한 주류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종합쇼핑몰과 오픈마켓에 더해 2010년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까지 가세하며 급격한 성장을 일궈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가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2015년 30.4%에 그쳤던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구성비는 2018년 37.8%, 2019년 41.2%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성장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올해 2월 49.0%까지 치솟은 온라인 업체 매출 비중은 지난달 오프라인 업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도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쿠팡·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동월대비 16.9% 증가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0%까지 치솟았다. 온·오프라인 간 역전도 임박한 상태다.

 

이커머스 성장세의 원인

이커머스 성장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소매업의 본질이 입지에서 배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인구가 보장된 핵심 상권 입지를 토대로 성장해 온 대형마트의 강점은, 물류 인프라 발달로 보편화된 전국 단위 배송 앞에 무용지물이 됐다. 이젠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선보이느냐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 것이다.

소비자의 변화도 큰 요인이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온라인에 친숙한 고객들이 소비시장에 본격 유입되면서 공산품뿐 아니라 식품도 온라인 판매로 급격히 옮겨갔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보급률 확대 같은 외부 요인들도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일조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은 끊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2조원대에 불과했던 이커머스 시장은 2016년 65조원대로 급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는 134조583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반면, 2000년 10조원대였던 대형마트 시장은 2016년 4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지난 3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16.9% 증가하는 동안,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은 40.3%, 대형마트는 13.8% 매출이 감소했다. 온·오프라인 실적 희비는 갈수록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도 서둘러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도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소비 변화에 대응해왔지만 사업 핵심 기반은 여전히 오프라인이었고 온라인은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 쇼크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변화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였던 롯데·신세계 등의 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적극 가세하고 나선 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확장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에 보다 큰 중요성을 가지는 만큼, 롯데·쿠팡·네이버를 비롯해 이베이코리아, 신세계의 쓱(SSG)닷컴, 카카오까지 이커머스 판에 뛰어들며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커머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풀필먼트

풀필먼트(fulfillment)는 고객의 주문 처리를 뜻하는 용어로, 고객이 주문하면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피킹 및 패킹해서 배송하고, 필요 시 교환·환불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말한다. 아마존이 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풀필먼트이다.

아마존의 연차보고서에는 ‘We are the transportation service provider(우리는 운송 서비스 제공업체입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수익구조를 보면 이해가 된다. 아마존은 상품을 팔아서 얻는 마진 자체가 매우 적다. 가장 많은 수입은 AWS(Amazon Web Service)에서 얻고, 물류 수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이다.

FBA는 일종의 제3자 물류(3PL)다. 고객이 주문하기도 전에 판매자는 아마존에 제품을 보낸다. 아마존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과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에 그 제품을 보관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배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풀필먼트를 도입하면서 압도적인 배송 속도를 가지게 되고 경쟁자인 이베이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FBA를 도입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지배자로 우뚝 서는 한편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풀필먼트가 화두다. 대표적인 예시로 쿠팡이 풀필먼트를 도입해 로켓배송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베이 코리아의 스마일 배송은 아마존의 FBA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로, 동탄에 메가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고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다만 이베이 코리아는 쿠팡맨이 없기 때문에 외부 배송업체와 제휴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신세계 그룹은 로젠택배를 인수하여 로젠택배의 전국 배송 거점을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하고 쿠팡처럼 직접 배송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풀필먼트는 이커머스의 전유물이 아니라, 물류업체나 배송업체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택배 회사 중 1위인 CJ대한통운은 곤지암 허브터미널에 풀필먼트 서비스가 가능한 3층짜리 창고가 있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물론 독자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여러 이커머스들과 제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기존의 물류업체들도 속속 풀필먼트 센터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관련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 전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