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자신분에서 제도권으로

“산업 자본화해야 할 자금이 가상화폐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나 그런 걸 생각하면 그 금액이 너무나 커 우려되니,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한다”

하늘 날던 비트코인을 한 순간에 꼬꾸라지게 한,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말이다. 그야말로 비트코인 열풍이 불며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너도 투자했어?’란 말이 안 들리는 곳이 없던 시절(불과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계속 오르니까) 무서워서 빼지도 못하고 갖고만 있다’는 인터뷰가 나가고 나서 더더욱 광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하던 비트코인 투자가 수면 위로 제대로 떠올랐고, 떠오른 모양새가 좀 불량해 보였는지 정부에서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터진 것이 바로 상기의 난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된다. 

 

그러나 심상치않게 커가는 비트코인 시장

도박이라고 싸잡아 묻기엔, 비트코인이 비단 국내에서만의 이슈는 아니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차세대 신혁명 기술로 떠오르고, 이와 한 몸인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포스트 머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더이상 나몰라라 할 수 없었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 30여 회원국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국가적 움직임이 심상치않게 돌아갔다.

’19년 이후 페이스북 리브라, 네이버 라인의 링크코인, 카카오…(나온다는 뜬소문만) 등 IT 기업에서도 가상자산 진출을 선언하는 등 저 지하 밑에 돌아다니던 비트코인 등이 점점 대중과 가까워졌다.

국제기구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고, 비트코인이 투기가 아닌 ‘투자’ 형태로 방향을 우회하는 것을 보니, 그냥 놔두기엔 그 속에서 굴러다니는 돈이 많았다고 느낀 정부가, ‘상기의 난’이 마치 있었냐는 듯 비트코인을 점점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짧게 3단계로 요약해 보면,

– ’19년 11월 : (조금 뜬금없이) 국세청이 빗썸에 800억 원대 세금을 부과.
– ’20년 3월: 일명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 6월: 7월 발표 예정인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가상화폐 거래로 발생한 이익에 과세방안 검토한다고 발표.

 

자유로운 영혼을 법 테두리로 가두는

빗썸 과세는, 국세청이 빗썸 거래소 내 외국인 이용자의 소득세를 원천 징수한 사례다. 외국인이 빗썸에서 암호화폐 거래로 돈을 벌었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빗썸이 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미리 받아 놨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 지금에라도 그동안 밀린 세금 걷겠다는 액션이다.

뜬금없다고 한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적 테두리 밖에 있다. 라이징 스타다보니 아직 이렇다 할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운영해 온 거래소들이 세금을 내야 할 의무는 없었던 것. 또한 기획재정부가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아직 확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세청이 먼저 나서 세금을 내라 마라 하니 업계나 소비자나 어안이 벙벙해진 상황이었다. ->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대부분) 기다리던 법망이었다. 정해진 법이 없으니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뛰어대는 저급 거래소가 속출했고 여기서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는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전체 물을 흐려 놓아 거래소 전체가 싸잡아 욕을 먹는 상황이 반복됐다. 나름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메이저 거래소들 입장에선 억울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동네 북이 될 바에야 얼른 법이라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 왔었다. 그래서 기다렸던 것이 특금법. 올해 3월 통과됐으니 1년 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골자는 이렇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의 신고 후 허가를 받아 영업해야 하는데…
– 실명확인 가능한 입출금 계정 보유 => 현재 빅4를 제외한 대부분 거래소들은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안 내주기 때문에 가상계좌로 운영 중이다. 즉, 은행에서 협조 안하면 거래소 운영 힘들다는 뜻.
– ISMS 인증 획득하고 대표자가 범죄경력이 없어야 함.
결론은 거래소에서 이용자의 거래내역을 기록/보관하고 이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것. 암호화폐는 원래 중앙부처를 없애고 개인간 거래가 중점 아니었던가? 더이상 무기명 거래가 될 수 없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 이들과 거래하려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 했는지, 고객 예치금과 기업자금을 분리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 과세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이니, 더이상 가상자산을 간과할 수 없었던 듯 하다. 과세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를 양도소득세로 적용할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는 가상자산 거래로 이익을 얻어도 소득세를 내지 않았는데 만약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가상자산 거래에 세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비트코인, 혹은 이더리움 외에도 가상자산은 수천가지나 된다. 이들을 법정화폐처럼 정확한 거래량이나 가치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 즉 합당한 기준이 필요하다.

얼마 전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이 이에 준하는 해답을 내놨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빅4 거래소 가상자산 가격을 기반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기준시가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거래소마다 달랐던 코인들 가격을 평균 산출로 잡은 기준시가를 제공하니, 정부가 과세하는 데 있어 어느정도 기준이 되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말처럼 쉬운 것은 몇 개 없다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공식 화폐(는 아니더라도)에 준하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된다는 의미인데, 그러려면 상당기간 유예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유로화도 1999년에 가상통화로 도입돼 3년 뒤에야 정식 통용됐다.

과도한 투기와 투자가 몰리는 곳에 어김없이 나타나 법적 칼날을 휘두르는 정부. 한동안 비트코인을 쫓더니 지금은 부동산쪽으로 기울어졌다가, 이제 곧 다시 비트코인으로 넘어올 모양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지금부터다. 비트코인은 부동산처럼 오랜 업력을 갖춘 것이 아닌 이제껏 보도 못한 신세계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은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되는 형태이기에, 만약 출금액 전체에 대해 과세하면 투자자들의 대거 해외 이탈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슈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이제 겨우 한 단추 낀 것이다.